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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누가 달래주지?

배터리가 다 닿도록 켜 놓은 휴대폰이 잠만 자고 있을 때 외롭다. 목을 길게 빼고 밖을 내다보지만, 빈 거리만 가득 시야에 들어올 때 외롭다. 편지함이 텅 빈 채 녹슬어 가는 것을 볼 때 외롭다. 깜깜한 밤바다를 향해 떠나는 배를 볼 때 외롭다. 한적한 공원에 비어있는 벤치를 볼 때 외롭다.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그 강도는 심해진다. 외로워 미치겠어! 외로워 못 살겠어! 모두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난 외롭지 않아! 아무리 소리쳐 봤자 틈으로 새어 드는 연기처럼 어느새 외로움은 온몸을 휘감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외로움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고. 죽음 보다 더 무서운 게 외로움이라고. 배우자가 옆에 있어도, 자식이 있어도, 친구가 있어도, 외로움..

단상, 에세이 2023.06.08

양처럼 살고 싶다(영국의 한 시골에서)

양처럼 살고 싶다 (영국의 한 시골에서) 양들은 고민이 없을 것 같다. 양들은 슬픈 생각이 없을 것 같다. 양들은 눈물이 없을 것 같다. 양들은 미움도 없을 것 같다. 양들은 질투도 없을 것 같다. 양들은 욕심이 없을 것 같다 배고프면 풀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졸음오면 잠자고, 심심하면 하늘 한번 바라보고 양을 보면 양처럼 살고 싶다.

단상, 에세이 2023.06.06

우리는.......

김정준, 너와 함께라면, 90.9 X 60.6cm, acrylic on canvas, 2018 살다 보면 언제나 입에 웃음만 달고 살 수 있는 건 아니지. 힘들고 외로워 상처 입은 짐승처럼 꺼이꺼이 울 때도 있지. 살다보면 언제나 머리 위에 태양이 내려앉는 것만은 아니지. 짙은 어둠이 짓눌러 한 치 앞 볼 수 없는 불안 속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기도 하지. 하지만, 내 곁에 네가 있고, 네 곁에 내가 있어 우리 함께라면, 우린 언제나 두 손 잡고 한 방향을 바라보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않을까?

단상, 에세이 2023.06.04

리치먼드 파크(Richmond Park), 그리고 마음속에 그린 그림

리치먼드 파크(Richmond Park),그리고 마음속에 그린 그림 누구나 가슴에 커다란 캔버스 하나씩은 품고 산다. 거기에 멋진 추억이나 풍경을 아름답게 채우길 바라면서…… 리치먼드 파크, 그곳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도저히 걸어서는 이동할 수 없는광활함, 성인 여러 명이 손을 맞잡아야 닿을 수 있는 수 백 년을 넘겼을 고목들, 명을 다하고 새카맣게 변해버린 조형물 같은 고사 목들, 여기저기서 불쑥 나타나는 사슴들. (옛날 왕실의 사슴 사냥터였다는 이 공원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슴들이 방목되고 있다.) 더욱이나 가꾸어지지 않은 원시적인 자연림, 끝간 데 없는 갈대 숲, 오리와 백조로 뒤덮인 호수들, 그런 것들은 유년을 보낸 나의 고향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고향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그곳이 좋아 ..

가 볼 만한 곳 2023.06.02

스쳐 지나가는 것들

스쳐 지나가는 것들 스쳐 지나간 시간들 스쳐 지나간 풍경들 스쳐 지나간 거리 스쳐 지나간 건물 스쳐 지나간 사람들 꽃이 피어나는 속도로 서두르지 않고 여유로움을 가져서일까 전에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관심 밖이었는데 지금은 추억을 간직한 한 장 한 장의 사진처럼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세상에 하찮거나 사소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길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 길섶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작은 꽃 하나 허물어진 건물의 잔해 마을 어귀에 서 있는 고목 산 허리를 감싼 안개 낮에 나온 초승달 .........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 선조들의 말은 스쳐 지나가는 것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단상, 에세이 2023.05.31

런던 버러우마켓(Boroughmarket)

런던 버러우마켓(Boroughmarket) 2017년 6월 3일 런던 브리지 테러 공격이 있던 날 범인들이 도주하다 숨어들어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흉기를 휘둘러 많은 부상자를 냈던 버러우 마켓. 그날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내고 활기를 되찾았다. 버러우마켓에 오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지? 남대문 시장이야? 동대문시장이야? 잠시 혼란스럽다.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와 사람들의 삶의 진한 내음 어쩌면 이리도 우리의 시장과 똑같을까. 가끔씩 이곳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것은 사람들의 소리가 좋고 사람들의 훈훈한 냄새가 좋고 잠시 잊었던 오래전 추억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아 마음에 가득가득 담아오고 싶어서일 거야.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서로의 정이 물씬 묻어나는 곳. 모두가 행복하고 모두가 웃음 가득하고 어느새 ..

가 볼 만한 곳 2023.05.29

윔블던 칼리지 어브 아트.런던 예술 대학교 (Wimbledon college of Art )

윔블던 칼리지 어브 아트. 런던 예술 대학교. Wimbledon college of Art. UAL(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오래전 공부했던 윔블던 칼리지 어브 아트. 지금은 런던 예술 대학교 UAL(University of the Arts London)가 되었다. 좁은 개인 작업실에서 시간을 묶어놓고 작품에 매달리고. 리서치로 도서관에서 책과 고통스러운 눈 싸움을 하고. 좋은 작품들을 만나기 위해 문턱이 닳게 찾던 갤러리, 미술관들. 힘든 싸움도 지난 시간들은 좋은 추억 그리움으로 바꾸어 놓는다. 학교 앞 공원은 언제나 나를 품에 안고 마음을 다독여 주었지. 너른 바다 같은 잔디밭에는 작은 새 몇 마리가 나래를 접고 시간을 쪼고 있고. 빈 벤치는 잠에서 깨어나 오랜만이네...

카테고리 없음 2023.05.27

런던, 코톨드 갤러리(The Courtauld Gallery)

런던, 코톨드 갤러리(The Courtauld Gallery) 가끔은 조용하고 규모가 크지 않은 미술관에서 여유롭게 입맛에 맞는 그림들을 감상하고 갤러리 카페에서 잉글리시 티 한 잔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안성맞춤인 곳이 코톨드 갤러리다. 코톨드 갤러리는 템스 강변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서머셋 하우스의 정문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좌우로는 유서 깊은 사보이 호텔과 킹스 칼리지를 있고, 길 건너로는 런던 정경대(LSE)가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고, 서머셋 하우스를 보기 위하여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갤러리 안은 거짓말처럼 사람이 적고 조용하다. 런던에 있는 대부분의 갤러리나 미술관들이 무료인데 이곳은 유료라서 일까? 하지만 훌륭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고 학생..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1849 ~ 1917)의 나의 달콤한 장미

John William Waterhouse, 나의 달콤한 장미, 1908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1849 ~ 1917)의 나의 달콤한 장미 장미가 여인이 되고, 여인이 장미가 되고........ ​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서 성장한 19세기 영국의 사실주의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작품에는 꽃과 여인을 그린 그림이 유난히 많다. ​ 장미의 혼이란 작품을 보면 장미가 여인이 되고 여인이 장미가 되고..... 아니 여인의 따사한 장밋빛 피부와 얼굴 표정, 몸의 고운 선은 장미보다도 아름답다. ​ ​ ​그의 작품에선 향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른다. 장미의 향기가..... 여인의 향기가...... ​ ​ 장미 향기에 취한 여인은 마치 사랑에 빠진 듯 황홀해..

미술작품 감상 2023.05.23

런던,카나리 워프(Canary Wharf)

런던,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런던 템스 강 동쪽에 둥지를 튼 신도시 카나리 워프. 물 위의 도시 같은 현대판 베니스 카나리 워프. 초고층 건물들이 하늘을 찌르며 줄지어 늘어서 있는 금융의 중심지 카나리 워프. 영국 금융 감독청(Financial Services Authority) ,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바클레이즈 캐피털(Barclays Capital), 에치 에스비 시(HSBC), 모건 스탠리(Morgan Stanly), 시티 뱅크(Citi Bank),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있고 로이터(Reuters) 언론사가 있고 클리포드 찬스(Clifford Chance) 영국의 대형 로펌도 있는 카나리 워프. ..

가 볼 만한 곳 20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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