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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4

스쳐 지나가는 것들

스쳐 지나가는 것들 스쳐 지나간 시간들 스쳐 지나간 풍경들 스쳐 지나간 거리 스쳐 지나간 건물 스쳐 지나간 사람들 꽃이 피어나는 속도로 서두르지 않고 여유로움을 가져서일까 전에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관심 밖이었는데 지금은 추억을 간직한 한 장 한 장의 사진처럼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세상에 하찮거나 사소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길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 길섶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작은 꽃 하나 허물어진 건물의 잔해 마을 어귀에 서 있는 고목 산 허리를 감싼 안개 낮에 나온 초승달 .........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 선조들의 말은 스쳐 지나가는 것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단상, 에세이 2023.05.31

하루하루의 삶

하루하루의 삶 맛있는 달콤한 삶 진저리 처지는 씁쓸한 삶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무미건조한 삶 삶이란 요리를 하듯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 맛있고 향기로운 하루하루의 삶을 위해 좋은 레시피를 준비하고 꼭 맞는 재료를 준비하고 재료를 제때제때 하나하나를 넣어주고 간을 맞추고 꾸준히 노력해서 하루하루의 삶을 맛있고 달콤하게 살고 싶다.

단상, 에세이 2023.05.06

길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길 위에 있었을까? 살아오면서 얼마나 다양한 길을 만났을까? 인생이란 끝없이 길을 만나고 걷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 엄마의 손에 매달려 장터에 갈 때, 엄마의 따스함과 편안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손 놓지 않고 오래오래 걷고 싶었던 하얗게 빛나던 신작로. 산에 꼭꼭 숨은 뻐꾸기 노래에 신바람 나서 코흘리개 친구들과 바람개비 돌리며 내달리던 보리밭 길. 비 갠 후 문득 나타난 쌍무지개가 내 미래에 희망을 안겨주는 것 같아, 두 팔 벌려 가슴에 담으며 뛰어오르던 언덕길. 새벽 물안개 피어오르던 호수를 따라 한참 걷다 보면, 거짓말처럼 햇살이 쏟아지고 새파랗게 당당한 하늘과 마주한 뚝 길. 흐드러지게 만발한 야생화들이 산들바람에 간지러워 몸을 파르르 떨며 재잘거리는..

단상, 에세이 2023.04.22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 ~ 1967)의 자동판매기 식당

Edward Hopper, Automat (자동 판매기 식당, 밤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oil on canvas, 1927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 ~ 1967)의 자동판매기 식당 ​ ​ ​ 한 여인이 자동판매기 식당에 앉아있다. 북적이던 손님들이 하나 둘 떠나고 실내엔 달랑 여인 혼자다. 밤이 꽤나 깊은 것 같다. 천정에 줄지어 늘어선 조명등이 졸린 눈으로 노오란 빛을 흩뿌리고 있다. ​ 자판기에서 빼낸 커피는 온기를 잃은지 오래다. 여인은​ 손으로 찻잔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릴 뿐 선뜻 입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 잔에 남아있는 커피를 다 마셔버리면 기다림도 접어야 할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 호퍼의 그림을 볼 때면 혼자 여행하던 순간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낯선 나라 낯..

미술작품 감상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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