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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5

여유로움

여유로움 가야할 곳을 정하지 않아 잃을 길이 없어. 만나야 할 사람을 정하지 않아 혼자만의 시간으로 가득하고, 오라는 곳을 정하지 않아 서두를 필요없어.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며 주위를 바라보면 또 다른 세상이야. 맘껏 뽐내는 꽃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나무들의 속삭임에도 귀기울여. 잔디밭에 누워 잊고 살았던 하늘을 바라보며 눈에 남아있던 미움과 증오도 말끔히 씻어내지. 가끔은 창 넓은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으로 행복을 채우고. 추억을 불러모아 새김질하고 미래를 불러모아 꿈을 꾸기도 해.

단상, 에세이 2023.06.16

윔블던 칼리지 어브 아트.런던 예술 대학교 (Wimbledon college of Art )

윔블던 칼리지 어브 아트. 런던 예술 대학교. Wimbledon college of Art. UAL(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오래전 공부했던 윔블던 칼리지 어브 아트. 지금은 런던 예술 대학교 UAL(University of the Arts London)가 되었다. 좁은 개인 작업실에서 시간을 묶어놓고 작품에 매달리고. 리서치로 도서관에서 책과 고통스러운 눈 싸움을 하고. 좋은 작품들을 만나기 위해 문턱이 닳게 찾던 갤러리, 미술관들. 힘든 싸움도 지난 시간들은 좋은 추억 그리움으로 바꾸어 놓는다. 학교 앞 공원은 언제나 나를 품에 안고 마음을 다독여 주었지. 너른 바다 같은 잔디밭에는 작은 새 몇 마리가 나래를 접고 시간을 쪼고 있고. 빈 벤치는 잠에서 깨어나 오랜만이네...

카테고리 없음 2023.05.27

길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길 위에 있었을까? 살아오면서 얼마나 다양한 길을 만났을까? 인생이란 끝없이 길을 만나고 걷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 엄마의 손에 매달려 장터에 갈 때, 엄마의 따스함과 편안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손 놓지 않고 오래오래 걷고 싶었던 하얗게 빛나던 신작로. 산에 꼭꼭 숨은 뻐꾸기 노래에 신바람 나서 코흘리개 친구들과 바람개비 돌리며 내달리던 보리밭 길. 비 갠 후 문득 나타난 쌍무지개가 내 미래에 희망을 안겨주는 것 같아, 두 팔 벌려 가슴에 담으며 뛰어오르던 언덕길. 새벽 물안개 피어오르던 호수를 따라 한참 걷다 보면, 거짓말처럼 햇살이 쏟아지고 새파랗게 당당한 하늘과 마주한 뚝 길. 흐드러지게 만발한 야생화들이 산들바람에 간지러워 몸을 파르르 떨며 재잘거리는..

단상, 에세이 2023.04.22

구본웅, 보고싶은 어머니

구본웅, 푸른 머리의 여인, 캔버스에 오일, 60.4 ×40.4cm, 1940년대, 리움미술관 소장 엄마가 그리울 때 엄마 시진 꺼내 들고 엄마 얼굴 보고 나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보고도 싶고요 울고도 싶어요. 그리운 내 어머니 엄마가 그리울 때 엄마 편지 다시 보고 엄마 내음 느껴지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보고도 싶고요. 울고도 싶어요. 그리운 내 어머니. 구본웅, 여인상, 나무에 오일, 23 × 15cm, 1940년대, 개인 소장 오래전 TV 프로 중에 국군 위문 공연인 우정의 무대가 있었는데, 그리운 어머니(?) 코너 때면, 군인들이 함께 부르던 노래다. 가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미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엄마를 그리는 마음이 간..

미술작품 감상 2023.04.03

어머니, 꽃, 그리고 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산 중턱에 어머니께서 살고 계신다. 아주 조그만 집이다. 너무 좁아 답답함을 느끼실 공간이다. 벌써 그곳에서 혼자 사시는지가 10년이 넘으셨다. 어머니를 찾아가는 길가엔 갖가지 꽃들이 피고 진다. 이른 봄 할미꽃이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피어나기 시작하면, 곧이어 진달래꽃이 겨우내 얼었던 땅을 녹이기라도 하려는 듯 불길처럼 타오른다. 장마가 물러나면 원추리 꽃이 노랗게 온통 산을 물들이고, 가을이면 해국, 구절초, 용담, 쑥부쟁이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오솔길을 따라 어머니 집을 찾아갈 때면, 나는 계절에 따라 피어난 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허리를 숙이든지 아니면 쪼그리고 앉아서 하염없이 바라본다. ‘넌 누굴 보라고 호젓한 곳에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있느냐? 색깔이..

단상, 에세이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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