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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먼드 파크(Richmond Park), 그리고 마음속에 그린 그림

두래박 2023. 6. 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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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먼드 파크(Richmond Park),

그리고 마음속에 그린 그림
 
 
 
 
누구나 가슴에 커다란 캔버스 하나씩은 품고 산다. 거기에 멋진 추억이나 풍경을 아름답게 채우길 바라면서……
 
리치먼드 파크, 그곳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도저히 걸어서는 이동할 수 없는광활함, 성인 여러 명이 손을 맞잡아야 닿을 수 있는 수 백 년을 넘겼을 고목들, 명을 다하고 새카맣게 변해버린 조형물 같은 고사 목들, 여기저기서 불쑥 나타나는 사슴들. (옛날 왕실의 사슴 사냥터였다는 이 공원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슴들이 방목되고 있다.)
더욱이나 가꾸어지지 않은 원시적인 자연림, 끝간 데 없는 갈대 숲, 오리와 백조로 뒤덮인 호수들, 그런 것들은 유년을 보낸 나의 고향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고향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그곳이 좋아 주말이 되면 가족과 어김없이찾곤 했다.
경쾌한 노래를 들으면서 그곳을 향해 차를 몰 때면, 천국을 향해달려가는 선택받은 자처럼 부러울 게 없었다
우리 가족은 아름드리나무들로 들어차 있는 그늘진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던 지, 소슬바람에 속삭이는 나뭇잎들의 신비한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든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 풀벌레의 합창을 감상하곤 했다.
 
공원에는 멋진 카페가 있었다. 오래전 영국 수상의 저택이었던 하얀 건물이 였는데, 꽃과 나무에 어우러져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음 직한 집이었다. 그곳엔 다양한 음료와 샌드위치 케이크, 샐러드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카페는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전방을 바라보면 나무숲과잔디밭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푸른 숲들이 파도처럼 일렁여 유람선을 타고 망망대해를 향해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곳에서 추억 만들기를 원한다. 특히나 평생 한번 가지는 결혼식은 더욱 그렇다.
주말에는 그곳에서 결혼식이 자주 거행되었다. 눈부신 하얀 드레스의 신부와검은 턱시도의 신랑뿐만 아니라 말쑥한 정장의 남자들과 다양한 색깔의 드레스로 한껏 치장한 여성 하객들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눈요깃거리 였다.
 
 너른 풀밭 사이로 미로 같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보석처럼 빛나는 호수가 발길을 잡아 끈다. 둑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호수가 나란히 있다.  위쪽의 호수는상당한 크기여서 한 바퀴 돌라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람들의 왕래가뜸한 큰 호수 주변의 산책로는 웃자란 수풀이 덮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숲은 우리를 환영하기 위해 도열한 군중 같았다.
작은 호수 주위는 큰 호수와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이 많았다.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크기였기 때문이다. 개를 운동시키기 위해 데리고 나온 사람들도 적지않았다. 개 주인들이 묵직한 나무 막대기를 힘껏 호수를 향해 던지면 개들은 신이 나서 첨벙거리며 수영을 해가서 입에 막대기를 물고 주인에게 되돌아왔다. 그러면 주인은 다시 막대기를 호수에 던지고 개들은 다시 물어 오고 하는 일을반복했다. 아마도 개에게 수영이 효과적인 운동인가 보았다.
호수는 언제나 오리와 백조들이 수면 위를 수놓고 있었다. 유유히 수면 위를 유영하는 그 모습은 평화스러워 보였다. 봄이면 부화한지 얼마 안 되는 새끼 오리, 백조가 어미를 따라 나들이 나와 서투른 몸짓으로 물을 헤젓고 다니는 모습을볼 수 있는데 얼마나 앙증맞고 귀엽던지 ......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고목들이 즐비한 나무 숲을 간간이 만날 수 있었다. 오랜 세월로 나무껍질들은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지고 틀대로 트고, 몸통 여기저기에는 상처로 곪고 썩어 크고 작은 구멍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지마다 무수한 잎사귀들을 매달고 있었다. 머리를 쳐들고 올려다보면 동굴의 천정처럼깊고 어두웠다.
 고목 아래 서 있으면 인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왜소하고 하찮은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경외심으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원시에로의 긴 시간 여행을떠나곤 했다.
 
리치먼드 파크에 올 때마다 나는 마음속 하얀 캔버스 위에 추억을, 아름다운 풍경을 하나하나 스케치하고 곱게 색을 채웠다. 세월이 많이 흐른 다음에도 변색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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