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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에세이 63

숲 ​ ​ 리치먼드 파크 (Richmond Park)와 윔블던 앤드 포트니 커먼스 (Wimbledon and Putney Commons) 사이에 위치한 엄청난 면적의 숲. ​ 그 사이로 끝 간 데 없이 뻗어있는 숲길은 브라질 열대 우림 속만큼이나. 적막하고 인적이 없다. ​ 어쩌다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지나가는 사람 승마를 하는 사람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등장했다 사라진다. ​ 숲에는 키 큰 나무 작은 나무 바르게 서있는 나무 뒤틀린 나무 꽃을 피운 나무 열매를 맺은 나무들이 서로 기대어 미움과 다툼도 없이 행복하게 도란거린다. ​ 위로받고 싶은 때에 사람들이 숲을 찾는 건 나무들처럼 서로 기대어 버팀목이 되고 서로를 아우르는 공생과 존중이 아름 답기 때문이 아닐까(?)

단상, 에세이 2023.06.10

외로움은 누가 달래주지?

배터리가 다 닿도록 켜 놓은 휴대폰이 잠만 자고 있을 때 외롭다. 목을 길게 빼고 밖을 내다보지만, 빈 거리만 가득 시야에 들어올 때 외롭다. 편지함이 텅 빈 채 녹슬어 가는 것을 볼 때 외롭다. 깜깜한 밤바다를 향해 떠나는 배를 볼 때 외롭다. 한적한 공원에 비어있는 벤치를 볼 때 외롭다.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그 강도는 심해진다. 외로워 미치겠어! 외로워 못 살겠어! 모두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난 외롭지 않아! 아무리 소리쳐 봤자 틈으로 새어 드는 연기처럼 어느새 외로움은 온몸을 휘감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외로움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고. 죽음 보다 더 무서운 게 외로움이라고. 배우자가 옆에 있어도, 자식이 있어도, 친구가 있어도, 외로움..

단상, 에세이 2023.06.08

양처럼 살고 싶다(영국의 한 시골에서)

양처럼 살고 싶다 (영국의 한 시골에서) 양들은 고민이 없을 것 같다. 양들은 슬픈 생각이 없을 것 같다. 양들은 눈물이 없을 것 같다. 양들은 미움도 없을 것 같다. 양들은 질투도 없을 것 같다. 양들은 욕심이 없을 것 같다 배고프면 풀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졸음오면 잠자고, 심심하면 하늘 한번 바라보고 양을 보면 양처럼 살고 싶다.

단상, 에세이 2023.06.06

우리는.......

김정준, 너와 함께라면, 90.9 X 60.6cm, acrylic on canvas, 2018 살다 보면 언제나 입에 웃음만 달고 살 수 있는 건 아니지. 힘들고 외로워 상처 입은 짐승처럼 꺼이꺼이 울 때도 있지. 살다보면 언제나 머리 위에 태양이 내려앉는 것만은 아니지. 짙은 어둠이 짓눌러 한 치 앞 볼 수 없는 불안 속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기도 하지. 하지만, 내 곁에 네가 있고, 네 곁에 내가 있어 우리 함께라면, 우린 언제나 두 손 잡고 한 방향을 바라보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않을까?

단상, 에세이 2023.06.04

스쳐 지나가는 것들

스쳐 지나가는 것들 스쳐 지나간 시간들 스쳐 지나간 풍경들 스쳐 지나간 거리 스쳐 지나간 건물 스쳐 지나간 사람들 꽃이 피어나는 속도로 서두르지 않고 여유로움을 가져서일까 전에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관심 밖이었는데 지금은 추억을 간직한 한 장 한 장의 사진처럼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세상에 하찮거나 사소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길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 길섶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작은 꽃 하나 허물어진 건물의 잔해 마을 어귀에 서 있는 고목 산 허리를 감싼 안개 낮에 나온 초승달 .........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 선조들의 말은 스쳐 지나가는 것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단상, 에세이 2023.05.31

런던, 코톨드 갤러리(The Courtauld Gallery)

런던, 코톨드 갤러리(The Courtauld Gallery) 가끔은 조용하고 규모가 크지 않은 미술관에서 여유롭게 입맛에 맞는 그림들을 감상하고 갤러리 카페에서 잉글리시 티 한 잔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안성맞춤인 곳이 코톨드 갤러리다. 코톨드 갤러리는 템스 강변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서머셋 하우스의 정문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좌우로는 유서 깊은 사보이 호텔과 킹스 칼리지를 있고, 길 건너로는 런던 정경대(LSE)가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고, 서머셋 하우스를 보기 위하여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갤러리 안은 거짓말처럼 사람이 적고 조용하다. 런던에 있는 대부분의 갤러리나 미술관들이 무료인데 이곳은 유료라서 일까? 하지만 훌륭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고 학생..

런던,내셔널 포트릿 갤러리(National Portrait Gallery)

National Gallery 전경 National Portrait Gallery 입구, 본인 직접 찍음 본인 직접 찍음 본인 직접 찍음 본인 직접 찍음 런던, 내셔널 포트릿 갤러리(National Portrait Gallery) 노상 카페나 창 넓은 찻집에서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가 종종 있다. 저들은 누구일까?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행복할까?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지고 나름대로 답을 유추해 보기도 한다.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사라지는 숱한 사람들은 어쩌면 저리도 의상, 헤어스타일, 얼굴 생김새, 표정이 제각기일까. 비슷한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초상화는 특정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다. 인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초상 예..

아무것도 없는 길(?)

아무것도 없는 길(?) 나는 한적한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들길도 좋고, 산길도 좋고, 오솔길도 좋고, 숲길도 좋고, 호숫가 길이어도 좋고, 바닷가 길이어도 좋다. 혼자 호젓한 길을 걷다 보면 가끔은 그 지역 주민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친절하게도 내 앞을 가로막으며 “길을 잃으셨나 보군요. 이 길로 가면 아무것도 없어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 언덕을 넘었을 때 문득 나타나는 호수,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펼쳐지는 들판, 멀리 가까이 병풍처럼 펼쳐진 산들, 길에 뒹구는 돌멩이, 이름 모를 야생 화, 당당하게 자리를 버티고 있는 나무들..... 볼 것이 이리 많은데 사람들은 왜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까? 왜 사람들은 인위적으..

단상, 에세이 2023.05.12

욕 얼마 전, 한 고등학교 동창이 전화를 걸어왔다. 인사를 나눈 후 동창생들의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극우세력을 옹호하고 집회에도 참여하는 한 동창생의 소식에, 아니 그 새끼는 왜 그렇게 사냐!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전화를 건 친구는 놀랜 목소리로 야 너도 욕하냐? 너 욕 안 하잖아 하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욕을 했던 기억이 없다. 물론 교직 생활을 할 때 지독하게 말썽을 피우던 학생에게 욕을 했을 수도 있었지만, 일반 사회생활에서는 욕을 금기시 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욕설이 튀어나온다. 몇 주 전 제과점에서 옆 좌석에서 빵을 먹으며 대화하는 중3 혹은 고1쯤 돼 보이는 남학생의 대화를 들으면서 혼비백산했다. 담임과 교과 ..

단상, 에세이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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