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에세이/미술관, 갤러리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Whitechapel Gallery)

두래박 2024. 7. 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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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Whitechapel Gallery)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Whitechapel Gallery)




갤러리는 대부분 부유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예술이란 경제력이나 지적 수준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술이란 사치이고 그림의 떡 같은 것이니까.

화이트채플 갤러리는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어 놓은 곳이다.
계급적으로 소외되고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1901년에 문을 연 이 갤러리가 위치한 곳은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지역으로 특히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도 거리를 오가는 회교도 차림의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데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100년도 훨씬 넘은 까마득한 옛날에 예술과는 등을 등지고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특히 이민자)을 위해 이런 문화정책을 편 깨어있는 영국 정부가 놀랍고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 당시에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은 자연 채광을 이용했고 일몰 전에 문을 닫았다.
화이트 채플 갤러리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전기 조명을 사용한 곳인데 노동자들인 지역 주민들이 공장에서 퇴근한 늦은 시간에 관람할 수 있도록 한 배려에서이다.

개관 당시부터 현재까지 화이트채플 갤러리는 혁신적인 전시회를 많이 가졌다.
피카소(Picasso)의  게르니카(Guernica)를 선보인 곳이 바로 이곳이었고,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미술을 처음으로 영국에 소개한 곳이 이곳이다.
1958년의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1961년에 열린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개인전은, 그들이 무명이었을 때의  영국 전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길버트와 조지(Gilbert & George), 리처드 롱 (Richard Long) 같이 영국 미술을 대표할 작가들에게 1970년대 초 중요한 전시 기회를 제공한 것도 화이트채플 갤러리였다.

지역주민들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수준 높은 현대미술을 고집하며 지금까지 달려온 것은 다른 지역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지역 주민들이 꾸준히 작품을 접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동향과 안목을 길러주기 위함이리라.

불과 보도로 20여 분 거리를 두고 고층 빌딩 숲에 덮인 부유한 시티 지역과 허름한 건물들이 늘어선 화이트채플 지역으로 구분되었으나 지금은 재력가들이 이 지역을 향하여 돌진하며 높은 빌딩들을 세우고 있다.
이 지역도 고층 빌딩 숲으로 덮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힘없고 가난한 이 지역 주민들은 마음의 위안을 받던 갤러리와 작별을 고하고 싼 변두리로 밀려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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