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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여행길에서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들

두래박 2023. 10. 2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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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여행길에서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들




나이가 들수록 애완동물에 관심이 많아진다.
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강아지를 보면 허리를 숙이거나 쪼그려앉아 등을 쓰다듬어주고, 양지바른 담 위에서 눈을 감고 햇빛을 즐기는 들고양이를 보아도 호기심 많은 아이가 새로운 물건을 접했을 때처럼 선뜻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렇다고 나 자신의 애완동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어렸을 때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우리 집에도 애완견이 있었다. 귀가 쫑긋 서고 까만 보석 같은 눈, 까만 코, 양족으로 살짝 올라가 웃는듯한 입을 가진  하얀 진돗개였는데 이름이 순돌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순돌이는 반가움에 펄쩍 펄적 뛰며 매달렸고, 내 그림자처럼 달라붙었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놀면 신이 나서 함께 뛰었고, 심부름 다닐 대도 친구가 되어 주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내가 어렸을 때는 쥐가 엄청 많았다. 벽보판이나 건물의 벽에는 쥐를 잡자는 포스터가 어지럽게 붙어있고 동사무소에서는 가가호호 쥐약을 무료로 공급하면서 쥐잡기를 독려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집에서 잡은 쥐의 꼬리를 잘라서 가져오게 했고, 실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부상으로 노트와 연필을 주기도 했다.

순돌이가 세상을 떠난 것은 순전히 쥐 때문이었다. 쥐를 잡기 위해 음식에 섞어놓은 쥐약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순돌이는 입에 게거품을 물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눈을 감았다.

하늘이 무녀져 내렸다. 대성통곡을 했다. 입에선 음식도 받질 않았다. 그런 상태는 아마도 며칠 동안 계속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로 애완동물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불쑥불쑥 머릿속을 채웠고 지금은 그 빈도가 더해졌지만 나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어렸을 적 순돌이의 아픈 기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완동물이 수명을 다하게 되었을 때 이별을 극복하는 게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여행을 하는 동안 어느 곳을 가든지 강아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다 실수로 집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이 유기견이리라.
그렇지만 그것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다. 눈을 맞추고 꼬리를 흔들어 반가이  맞아주고  주인과 산책 나온 것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거리를 산책했다. 앞서 걷다가 거리가 생기면 기다려주고 내가 앞서 가면 화들짝 놀라 달려와 나란히 걸었다.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는 다양하다.
튀르키예에서 가는 곳마다 만날 수 있었던 강아지들도 그중 하나였다.
내가 주인인 듯 친근감을 보이던 강아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를 어슬렁거리거나 무리 지어 놀고 있다던지 땅바닥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볼 때도 한참 동안 시선을 빼앗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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