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 만한 곳

영국, 브라이튼의 한 산책로에서,

두래박 2023. 8. 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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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라이튼의 한 산책로에서



영국, 남쪽 해양도시인 브라이튼의 한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가, 피곤하여 앉을만한 곳을 찾고 있는데, 저만치 벤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라도 한 듯이 비어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앉으려는데, 등받이 중간쯤에 부착되어 있는 기증자의 간단한 사연이 적혀있는 팻말이 보인다.
We Are Always Thinking of You.
We Miss You, Mum. XXX
  
(항상 그리운 엄마,
매일 생각하고 있어요)
(XXX는 두 개의 입술이 뽀뽀하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임)

평범하여 유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문장이었지만, 먼저 떠내 보낸 엄마를 그리는 애절함이 묻어나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으면 어린 아이로 돌아가 이런 문구를 넣었을까? 맘껏 어리광 부리며 매달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어린 시절로 회귀시켜 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공원이나 산책로엔 먼저 떠나 보낸 조부모나 부모를, 혹은 사별한 아내나 남편을 기리기 위해 기증한 벤치들이 많다. 거기에 새겨진 문구를 보면 누구누구를 기억하며, 추모하며, 이런 간단 명료하고 형식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다.
아마도 이 벤치 기증자는 엄마와의 관계가 특별했을 것 같다.

어떤 엄마였을까? 한국 엄마들처럼 자식을 위해 헌신한 것은 아니었을까? 남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홀몸으로 자식들을 출세시키기 위해 본인의 건강은 돌보지 않고 혹사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을 했을까? 여덟 시간? 열 시간? 그 보다 더 했을 거야. 열두 시간, 아니 열 다섯 시간......
자식들은 몇 명이나 될까? 문장에 We라고 쓰인 것을 보면 한 명은 아닐 테고...... 두 명일까? 세 명일까? 아니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겠지......
엄마의 희생으로 자식들이 성공하여 효도 할만 해지자 세상을 떠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자식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자신들로 인해 자갈 길만 걷다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단장의 아픔을 느끼진 않았을까?
무슨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일까?
암이었을까?
무슨 암이었을까? 여자들에게 많은 유방암? 자궁암?                                            
……………………
난 짧은 벤치에 앉아서 실로 긴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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