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치먼드의 큐 가든(Kew Garden)에서 천국을 만나다
“도둑놈들, 정원을 보석으로 도배를 했나?”
영국 런던의 리치먼드에 있는 큐 가든(Royal Botanic Gardens: 왕립 식물원) 입구에서 티켓을 사는데 한국돈으로 3만 원이 넘는다.
입에서 욕부터 나왔다. 아무리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나라이긴 하지만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더욱이나 가든이라는 말 자체가 아담하게 꾸며진 정원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내 거부 반응이 심했을 것이다.
입장을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일었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영국인들이 턱없이 비싼 요금을 책정해 놓았을 리는 없을 것 같았다.
티켓을 보이고 입장하여 얼마 안 되어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 조성된 화단과 거대한 온실, 백조와 오리가 떠있는 호수, 잔디밭, 숲 속 길......
비밀 상자에 숨겨 놨던 보물들을 하나하나 꺼내 놓듯이 아름다운 모습이그 얼굴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세계에는 얼마만큼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을까? 꽃의 종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큐 가든을 둘러보는 동안 난 줄곧 그런 생각을 했다. 그곳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무와 꽃들로 흘러넘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큐 가든에는 3만 종 이상의 식물종을 전시되어 있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것이 조금은 씁쓸하고 허탈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쥐꼬리만한 알량한 지식으로 잘난척하고 거들먹거린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골 여행을 한다던지 산행을 하게 되면,
“이건 떡갈나무야. 저것은 오리나무, 그래 이것은 가문비나무”
“이건 엉겅퀴, 이건 원추리, 달개비, 물 양귀비”
나는 모든 나무와 풀, 꽃들을 훤히 꿰뚫고 있는 양 거들먹거렸다.
큐 가든을 둘러보면서 나는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다양한 식물의 종류에 놀라고, 아름다움에 놀라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나는 정원이 아니라 천국을 거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입장료가 턱없이 비싸다고 불쾌감을 가졌던 것이 머쓱해졌다. 입장료 15파운드, 그건 천국을 관람하는데 비싼 게 아니었다. 아니 그 보다 훨씬 비싸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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