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에세이

외로움은 누가 달래주지?

두래박 2023. 6.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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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다 닿도록 켜 놓은 휴대폰이 잠만 자고 있을 때 외롭다.
목을 길게 빼고 밖을 내다보지만, 빈 거리만 가득 시야에 들어올 때 외롭다.
편지함이 텅 빈 채 녹슬어 가는 것을 볼 때 외롭다.
깜깜한 밤바다를 향해 떠나는 배를 볼 때 외롭다.
한적한 공원에 비어있는 벤치를 볼 때 외롭다.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그 강도는 심해진다.  
외로워 미치겠어! 외로워 못 살겠어! 모두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난 외롭지 않아! 아무리 소리쳐 봤자 틈으로 새어 드는 연기처럼 어느새 외로움은 온몸을 휘감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외로움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고. 죽음 보다 더 무서운 게 외로움이라고. 배우자가 옆에 있어도, 자식이 있어도, 친구가 있어도,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그들과의 만남, 대화, 외식 이런 것들은 일시적으로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줄지언정 영원한 것은 아니라고. 그들이 떠나고 혼자가 되었을 땐, 더 큰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온다고.

누구나 외로움에서 벗어나길 염원한다. 누군가가 깊은 수렁에 빠진 자신을 꺼내주길 희망한다. 그러나 외로움은 그 누구도 대신해서 물리칠 수 없다. 해결사는 오직 자신뿐이다.
사랑, 사랑만이 외로움을 퇴치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가 아닐까?

그래, 이젠 사랑해야지. 마음의 빗장을 열고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길섶에 피어있는 야생화 한 송이에도 따뜻한 시선을 가져야지.
여행길에 낯선 사람과의 짧은 만남도 오래오래 보석처럼 소중히 간직해야지.
나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싶어 하는 밤하늘의 별들과도 은밀한 대화를 나누어야지.
낯선 땅 한적한 곳에 폐허가 된 건물일지라도 역사의 숨결과 선조의 따뜻한 손길을 느껴야지.
빛바랜 하찮은 미술품 하나에도 작가의 산고와 체취를 느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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