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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 ~ 1967)의
자동판매기 식당
한 여인이 자동판매기 식당에 앉아있다.
북적이던 손님들이 하나 둘 떠나고 실내엔 달랑 여인 혼자다.
밤이 꽤나 깊은 것 같다.
천정에 줄지어 늘어선 조명등이 졸린 눈으로
노오란 빛을 흩뿌리고 있다.
자판기에서
빼낸 커피는 온기를 잃은지 오래다.
여인은
손으로 찻잔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릴 뿐
선뜻 입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잔에 남아있는 커피를 다 마셔버리면
기다림도 접어야 할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호퍼의 그림을 볼 때면
혼자 여행하던 순간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의 카페에 밤늦도록 혼자 앉아
커피 한 잔과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흘려보냈던 많은 시간들......
아무리 늦은 시간까지
카페에 진을 치고 있어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제로(0)
라는 사실에
갑자기 안개처럼 나를 감싸던
외로움과
고독감.
하지만
호퍼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저 여인에게는 예외였으면 좋겠다.
어느 한쪽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이
저벅저벅 걸어와
그녀의 앞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해피엔딩의 긴 여운을 주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에드워드 호퍼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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