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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그리고 아파트 (원 하이드 파크 아파트 외)

두래박 2023. 9. 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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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그리고 아파트 (원 하이드 파크 아파트 외)




길을 걷다가 특이하고 세련된 건물이 있어 걸음을 멈추었다. 아파트였다. 우리나라의 단조로운 성냥갑 같은 형태의 아파트에 길들여져 있는지라 조금은 생경스럽다. 건물의 무게를 지탱해 주는 골조는 외부로 노출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미술관을 설계한 사람의 작품이란다. 각진 코너를 이용한 거실은 온통 통유리로 되어있다. 블라인드나 버티컬을 드리운 집은 한 곳도 없다. 훌륭한 전망을 굳이 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리라. 이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런던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지역이다. 거실에서 바라보면 아마도 템스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바로 눈앞에 밀레니엄 다리가, 강 건너엔 세인트폴 성당이 손에 잡힐 듯할 것이다. 저만치 뱅크 지역의 고층 빌딩을 비롯하여 센트럴 런던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바로 이것이 리오 뱅크 사이드 아파트다. 명당자리에다 세계적인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아파트인 만큼 값 또한 만만치 않다. 펜트하우스는 120억 원에 분양되었고, 방 하나 짜리가 20억 원, 두 개짜리가 26억 원이란다.

영국에서 아파트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오래전 산업의 발달로 인구가 도시로 많이 유입되면서 부족한 숙소를 임시방편으로 지었던 것이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빈층에 제공되는 카운실 하우스도 대부분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예술성, 독창성, 편의성을 살려 설계한 고급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값 또한 엄청나다. 템스강과 타워브리지가 한눈에 보이는 버클러스 아파트는 소형 아파트인데 20억 원 정도 한다. 카나리 워프에 위치한 펜페닌슐라 아파트는 방 하나 혹은 두 개, 커 봐야 방 셋인데 7-25억에 거래된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원 하이드 파크 아파트이다. 펜트하우스는 일억사천만 파운드 (약 2500억)에 분양되었고, 아래층들은 약 1800억 원 정도에 분양되었다. 처음엔 내가 계산을 잘못한 줄 알았다. 아파트 한 동이라면 몰라도 한 세대 값이 이렇게 비쌀 수가 있을까? 그러나 맞는 계산이었다.
그 아파트는 개인 영화관과 수영장, 헬스장, 와인 저장고가 딸려있으며, 고풍스러운 럭셔리 호텔인 만다린 오리엔탈 하이드 파크와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유리창은 방탄이다. 아파트에 방탄유리를 사용할 이유가 뭐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범법자여서 신변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란 말인가?
아파트 가까이 가서 현관을 들여다보니, 유리 같은 대리석 바닥에 조각품들이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좀 더 자세히 볼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서니 경비원인듯한 두 사람이 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제길 헐. 나쁜 일하는 것도 아닌데 경비가 삼엄하군. 사람 사는 곳에 사람을 감시하고 있다니...... 나는 죄지은 사람처럼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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