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에세이

두래박 2023. 4. 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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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길 위에 있었을까?

살아오면서 얼마나 다양한 길을 만났을까?

인생이란 끝없이 길을 만나고 걷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 엄마의 손에 매달려 장터에 갈 때,

엄마의 따스함과 편안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손 놓지 않고 오래오래 걷고 싶었던 하얗게 빛나던 신.

 

산에 꼭꼭 숨은 뻐꾸기 노래에 신바람 나서 

코흘리개 친구들과 바람개비 돌리며 내달리던 보리밭 길.

 

비 갠 후 문득 나타난 쌍무지개가 내 미래에 희망을 안겨주는 것 같아

두 팔 벌려 가슴에 담으며 뛰어오르던 언덕길.

 

새벽 물안개 피어오르던 호수를 따라 한참 걷다 보면

거짓말처럼 햇살이 쏟아지고 새파랗게 당당한 하늘과 마주한 뚝 길.

 

흐드러지게 만발한 야생화들이 산들바람에 간지러워 몸을 파르르 떨며 

재잘거리는 소리에 귀를 활짝 열었던 호젓한 산 길.

 

한쪽을 바라보고 함께 걸을 평생 친구인 배우자를 만나고

두 손 잡으면 거친 풍랑도 험준한 산도 쉽게 극복할 것 같았던 

탱탱하게 젊었던 신혼의 길.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숱한 만남과 좋은 인연으로 

삶을 풍요롭게 해 준 

전자기기 회로처럼 얽히고설킨 다양한 길들.

 

새처럼 조잘거리는 어린 딸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며

아이들은 금방 훌쩍 커버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욱 소중함을 느껴 아쉬움이 남던 길.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행복감으로 애드벌룬이 되어,

가족과 함께 걷던 낯선 여행지 미지의 길.

 

나이가 들고

새롭게 맞이하고 걷게 될 길은 어떤 것일까?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저녁노을 가득한 길을 만나기 전,

더 많은 길을 만나고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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