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에세이

호주, 시드니 근교의 어느 산에서

두래박 2024. 8. 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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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근교의 어느 산에서


시드니 근교의 한 산을 찾았다. 그리 높지 않은 산 이었는데,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나무들이 온통 산을 덮고 있었다.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들로 차양을 만들어 세운 듯, 하늘 한 점 보이지 않았고, 대낮인데도 동굴처럼 어두웠다.
땅 바닥에는 수명을 다하고 쓰러진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어떤 것들은 죽은지 얼마 안 되어 형체와 단단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어떤 것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썩어 형체를 잃어버린 것들도 있었다.
축축한 습기, 곰팡이 냄새, 음산함…… 묘한 분위기다. 태고의 신비와 분위기가 그대로 간직 된 곳 이라고나 해야 할까?

탐험가처럼 열심히 이곳 저곳을 관찰하던 나는, 신기한 식물을 발견했다. 어느 나무를 보니 본연의 줄기와 잎사귀와는 다른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더부살이 하는 식물이었다. 즉 빈대 붙어 사는 놈들이었다.
그 넓고 넓은 땅에, 게다가 비옥한 곳에 뿌리만 내리면 되는데, 왜 스스로 살아가려 하지않고 저렇게 기생하는 걸까? 왜 남의 진을 빨아 먹으면서 쉽게 살고 있는 것일까?
말 못하는 식물이지만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고약한 놈들을 보면서, 나 자신과 주위를 생각해 보았다. 과연 나는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저렇게 살지는 않았는가? 남에게 욕 먹을 짓이나, 피해를 준 적은 없었는가?
………
커피숍이나 음식점, 술집에서 누구와 만나든 계산은 내가 하려고 했고, 차 한잔 얻어 마셔도 두번, 세번 사려고 노력은 했지만……
글쎄 모르겠다. 자신의 평가는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한 것이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는 것이므로

생각 해 보니 내 주위에도 빈대 붙어 사는 사람들이 만만치 않다.
어디 거저 먹을 데가 없나 기웃거리고, 무한정 얻어 먹기만 하는 사람들. 단 한번이라도 자신이 계산하려고 시도 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돈이 없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두둑한 지갑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 아니 돈이 흘러 넘치도록 많은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

빈대 중에서 더 고약한 빈대는,
“오늘 한잔 어때? 며칠 전에 오픈 한 일식 집 알고 있는데 회 끝내주더라구.”
바람 잡고, 자기가 살 것처럼 앞장 서서 안내하고, 음식이며 술을 맘껏 주문하고, 실컷 먹고…
그리고는 계산 할 땐 요리저리 눈치 보며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고약한 사람. 자기 돈이 아까우면 남의 것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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