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에세이

두래박 2024. 6. 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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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고등학교 동창이 전화를 걸어왔다. 인사를 나눈 후 동창생들의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극우세력을 옹호하고 집회에도 참여하는 한 동창생의 소식에, 아니 그 새끼는 왜 그렇게 사냐!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전화를 건 친구는 놀랜 목소리로 야 너도 욕하냐? 너 욕 안 하잖아 하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욕을 했던 기억이 없다. 물론 교직 생활을 할 때 지독하게 말썽을 피우던 학생에게 욕을 했을 수도 있었지만, 일반 사회생활에서는 욕을 금기시 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욕설이 튀어나온다.

몇 주 전 제과점에서 옆 좌석에서 빵을 먹으며 대화하는 중3 혹은 고1쯤 돼 보이는 남학생의 대화를 들으면서 혼비백산했다.
담임과 교과 담당 교사들을 이야기하는데 시종일관 욕이었다.
담임 새끼는 왜 그러냐. 그 새낀 나 못 잡아먹어서 미쳐 되지나 봐. 아이 씨발 좆같아.
야 그년은 옷을 왜 그렇게 야하게 입고 다니냐. 그 돼지 같은 년이 뭐 제가 꽤 섹시한 줄 아나 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 이어졌다. 주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쌍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욕에 대해 불감증이 있는 건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배운 이나 못 배운 이나
부자나 가난하거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가 욕설을 입에 달고 산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의 척도이다.
말은 그 사회의 수준을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위험수위를 한참 넘어섰다.
SNS 댓글을 보면 낯 뜨거운 정도이고 저급한 말이나 욕설의 경연장 같다.
이러한 무자비한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하는 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총, 칼만 무거운 것은 아니다.
언어폭력은 더 무거운 파괴력을 가졌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는데 위에서부터의 언어순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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