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에세이

길을 걸으며

두래박 2024. 5. 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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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며



세계 최대 부국이며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이지만,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면서 극빈층으로 전락되어 살기가 힘들어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한술 더 떠 거리로 내몰린 홈리스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정신질환 환자들,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 알코올중독자,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이들이 저지르는 만행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인도를 걷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주먹으로 안면을 가격하거나 발길로 걷어차 부상을 당하게 하고, 들고 있던 물건을 내던져 상처를 입게 만들기도 한다. 이유 없이 심한 폭언을 퍼붓는가 하면 프렛 홈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을 등 뒤에서 떠밀어 목숨을 잃게 하는 일도 발생했다.

반복되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게 되었다.
길을 걷을 때도 경계심읇 늦추지 않고 긴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면 그들과 최대한의 거리를 확보하여 지나가려고 노력한다. 즉 건물 쪽으로 가까이해서 사람이 걸어오면 차도 쪽으로 피하고, 차도 쪽 가까이에서 사람이 다가오면 건물 쪽으로 바짝 다가선다.
상대방이 나한테 무슨 해코지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은연중에 표출되는 방어 수단이다.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의 행색이나 걸음걸이를 보고 정상이 아닌 것 같으면 경계심은 더 가중된다.
특히 마약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눈에 띄면 오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도로의 차량들을 피해 반대편 인도로 빠르게 횡단하기도 한다.
눈여겨보면 정해진 법칙같이 남녀노소 누구나 이 같은 방법으로 자기방어를 착실히 수행한다.
이곳에서 우측통행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정신없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우측으로 좌측으로 무한 반복을 해야 하니까.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사람이 어린이거나 청소년, 약해 보이는 아녀자, 노인들이면 굳이 내가 피할 이유가 없지만, 그래도 먼저 그들이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최대한  비켜준다.
나는 너희들을 괴롭히거나 피해를 줄 생각이 전혀 없으니 안심하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길을 비켜 공간을 만드는 것은 자기보호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을 배려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길을 걷다 보면  옷깃을 스치기도 하고, 어깨를 부딪치기도 하며, 발이 밟혀질 때도 있다. 심할 경우엔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나서 상대방을 위아래로 훑어보기도 하고, 속으로 눈은 폼으로 달고 다니냐 제발 좀 앞을 잘 보고 다녀라 하고 비난했지만, 미국에서 이런 상황을 경험하다 보면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깨지지 않아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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