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vard Munch, 아픈 아이(The sick child), 118.7 x121cm, oil on canvas, 1892
Edvard Munch, 아픈 아이(The sick child), oil on canvas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8 ~ 1944)의
아픈 아이
침대에 아픈 소녀가 누워있다.
너무나 아파 움직일 기력조차 없다.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햇빛을 보지 못해 얼굴과 손은 흰 종이처럼 창백하다.
조금 열린 창문으로 바람 한 점이 날아와 소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소녀는 힘겹게 창밖으로 시선을 준다.
계절이 바뀌고 바뀌어 창밖은 푸름으로 가득 차 있다.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나무도 있다.
소녀는 아프기 전, 어머니의 손을 잡고 꽃길을 걷던 생각에
잠시 행복해져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어본다.
소녀의 어머니는 석고상처럼 핏기 없는 소녀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다.
소녀의 얼굴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소녀의 얼굴을 보면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야윈 소녀의 팔 위에 어머니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한다.
제발 우리 아이가 병을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나게 해 달라고......
제발 우리 아이를 대신해 자신이 아프게 해 달라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꿀 수 있다고.......
뭉크는 아버지(의사)가 왕진 가는 곳을 따라갔다가 아픈 소녀를 보고 15세에 세상을 떠난 누나 소피에를 그리워하며 이 그림을 그렸다 한다.
따라서 누나의 모습이 이 그림 속에 그대로 반영되었으리라.
뭉크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으므로 병든 아이의 옆을 지키는 여인은 뭉크의 이모 카렌이 모델일 것이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영화나 연극을 보며
곧잘 눈물을 흘리곤 했지만,
미술 작품을 보면서는 그런 경험이 전무했었다.
그러나 뭉크의 아픈 아이를 보면서는 예외였다.
금방이라도 조용히 두 눈을 감을 것 같은 아이와
아이의 옆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여인의 모습은
한동안 마음을 아리게 했다.
Edvard Munch, 자화상
Edvard Munch,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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