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 감상

천경자, 다시 작업실에서 볼 수 있다면......(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두래박 2023. 7.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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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길레 언니, 1973

 

 

 

 

 

서울 시립 미술관, 천경자 기념관에서

 

 

 

 

 

천경자. 여인

 

 

 

 

 

 

 

천경자,
다시 작업실에서 볼 수 있다면......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천경자.
그녀는 작업실에 있었다.
붓. 물감(안료), 물감 접시, 화구들을 실내에 가득 늘어놓고서. 한쪽 팔을 의자에 의지하듯 올려놓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리던 그림 몇 점이 바닥에 눕혀져 있거나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그녀는 작업을 하다가 잠시 멈추고, 한 손에 붓을 든 채 우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무엇일까?
그러나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우리는 들을 수가 없다.
작업실에 있는 것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천경자는 지금 미국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2003년 뉴욕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후 지금까지 실로 오랜 세월이다.

섬세한 감수성과 작품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 화가.
갖은 비난과 모략도 묵묵히 견뎌내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확립한 한국 화단의 큰 별.
그녀는 1969년부터 28년 동안이나 타히티, 유럽, 미국, 인도 등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며 현지에서 포착한 소재를 즐겨 그렸으며, 강렬하고 이국적인 여인과 꽃을 즐겨 화폭에 담았다.

현실이 너무도 삭막해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서 신비와 환상의 세계를 동경하며 표현한다던 그녀의 말처럼, 화폭에 담아낸 작품들은 너무도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그녀의 눈부시도록 화려한 색깔의 꽃과 외국 풍물, 인물을 보면 나까지 덩달아 마음이 밝아지고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감싸인다.
심지어는 한 많은 여인을 모델로 한 그림조차도 그녀의 붓을 거치면 은막의 스타처럼 조명 받는 여인으로 변신시켜 놓는다.  

그녀는 글솜씨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는 내 삶을 살고 싶다.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탱고가 흐르는 황혼,
꿈과 바람의 세계,
꽃과 색채의 바람,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
한,
이 행복하고 한적한 매혹의 시간에,
남태평양에 가다.

자서전적인 수필과 여행 에세이들을 끊임없이 출간했다.
그녀의 글은 가식 없이 솔직하며 문체는 그녀가 옆에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듯이 감미로웠다. 때로는 한을 풀어내듯이 긴 한숨과 함께, 때로는 사랑에 빠져 들뜬 목소리로, 때로는 꿈과 이상을 잔잔하게......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그토록 유려한 필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가 있을까?

나는
서울 시립미술관 안에 전시된 그녀의 작업실 앞에서 한동안 떠나지 못하고 나무처럼 서 있었다.
손 때 묻은 화구들, 그리다 만 작품들이 있는 작업실에 그녀가 다시 돌아와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러나 그녀는 돌아올 수 없는 몸이다. 

뉴욕에서 긴 투병생활 중 2015년 8월, 천국을 여행하기 위해서 떠났기 때문이다.

 

 

 

 

 

 

천경자, 꽃을 든 여인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1977

 

 

 

 

 

 

천경자, 노후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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