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원주민들의 거리 공연을 보며
시드니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의 보행이 많은 곳, 특히 광장 같은 곳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호주 원주민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애보리진(Aborigine)이라 불리는 이들은 검은 피부에 특이한 생김새와 옷 차림새 때문에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데, 생소한 전통 악기인 디쥬리드를 연주하여 만들어 내는 특이한 소리와, 춤 동작은 주위 사람들을 불러 모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구경꾼들은 원주민들의 악기 연주와 춤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원시적인 모습과 특이한 전통 악기로 공연을 하는 그들은 어느 낯선 행성에서 온 이방인 같아 보인다. 퍼포먼스가 끝나면 구경꾼들은 동전 몇닢씩을 던져주며,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 땅의 주인은 원주민들 이었다. 200년 전까지만 해도 이 광활한 땅을 소유하고 풍부한 과일과 수산물, 그리고 지천으로 깔린 동물들을 사냥하면서 평화롭게 살았다. 그들은 선조들이 창안해 낸 악기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고, 이웃 사람들과 어울려 신나는 춤을 추며 살맛 나는 인생을 즐겼다.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난 외부의 침입자들은 총 칼을 앞세워 그들을 몰아내고 이 땅을 차지했다. 많은 원주민들이 침입자에 의해 희생되었고, 후미진 곳으로 스며들어 죄인처럼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살았다. 이 같은 고통과 좌절감 속에서 원주민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뿌리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을까?
이런 슬픈 사연을 간직한 원주민들 이라서 일까. 입으로 바람을 불어 내는 악기 소리는 한이 맺힌 울부짖음처럼 애절하게 들린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악기 소리는 그들의 굴곡진 역사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원주민의 춤은 무겁고 어두웠으며 무엇엔가 대항하여 처절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암시적으로 침략자에게 저항하고, 불만을 토로하고, 아픈 마음을 보여 주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불행한 과거를 지닌 사람들, 자신들의 금싸라기 같은 땅을 빼앗기고, 침입자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도시의 그늘진 한 좁은 공간에서 고단한 삶을 지탱하기 위해 펼치는 퍼포먼스를 지켜보는 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퍼포먼스가 끝난 후에도 발걸음을 선뜻 옮기지 못했다. 커다란 쇠사슬이 내 두 발을 꽁꽁 묶어놓은 것처럼 무거웠기 때문이다.
'가 볼 만한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 시드니의 보타닉 가든에서 - 키다리 나무 - (230) | 2024.02.02 |
---|---|
뉴질랜드 웰링턴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258) | 2024.01.27 |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215) | 2023.12.28 |
영국 런던에서의 Christmas (176) | 2023.12.25 |
영국 런던의 크리스마스 장식들 (385) | 2023.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