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길 위에 있었을까? 살아오면서 얼마나 다양한 길을 만났을까? 인생이란 끝없이 길을 만나고 걷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 엄마의 손에 매달려 장터에 갈 때, 엄마의 따스함과 편안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손 놓지 않고 오래오래 걷고 싶었던 하얗게 빛나던 신작로. 산에 꼭꼭 숨은 뻐꾸기 노래에 신바람 나서 코흘리개 친구들과 바람개비 돌리며 내달리던 보리밭 길. 비 갠 후 문득 나타난 쌍무지개가 내 미래에 희망을 안겨주는 것 같아, 두 팔 벌려 가슴에 담으며 뛰어오르던 언덕길. 새벽 물안개 피어오르던 호수를 따라 한참 걷다 보면, 거짓말처럼 햇살이 쏟아지고 새파랗게 당당한 하늘과 마주한 뚝 길. 흐드러지게 만발한 야생화들이 산들바람에 간지러워 몸을 파르르 떨며 재잘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