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비밀의 정원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물론 내 소유는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가 소유하고 가꾸는 곳도 아니다. 비밀의 정원을 발견한 것은 7년 전이다. 지금 살고 있는 한강이 인접한 아파트로 이사를 한 이후이다. 어느 봄날, 화사한 봄볕의 유혹에 이끌려 집을 나선 나는 한강변 산책로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시원하게 뚫린 자전거 전용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남녘의 향기를 머금은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의 페달을 경쾌하게 밟고 있었다. 사이클복에 그대로 드러나는 탄탄한 허벅지와 종다리는 물오른 봄나무처럼 강해 보였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왈츠의 스텝처럼 경쾌했다. 역시 봄 산책은 발걸음이 가볍다. 겨우내 입고 있던 두꺼운 옷을 벗어던진 이유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