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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3

5월은....

김정준. 꽃과 소녀. Acrylic on canvas, 72.7 x 53.0cm, 2022 5월은.... ​ 산 그림자 짙은 인적 없는 깊은 산에 홀로 피어난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도 주인공이 되고 ​ 눈부신 햇살과 푸르름으로 한껏 배를 채우고 포만감에 꽃 문을 활짝 열어젖힌 빨간 장미도 주인공이 된다 ​ 오래전 시골 오일장 공터에 국밥 마는 인심 후한 아낙네가 장작 지펴 가마솥 가득 지어낸 하얀 쌀밥 같은 풍성함을 가지마다 무겁게 달고 있는 이팝나무 꽃도 주인공이 되고 ​ 오월의 싱그러운 바람의 손짓에 못 이겨 노란 야생화 가득한 초원으로 달려 나온 어린 사슴 같은 눈망울의 청순한 소녀도 주인공이 된다. ​ 푸르고 화려한 5월의 무대. 아낌없이 축복을 흩뿌리는 비단결 같은 햇살 조명 받으며 너도 주인공..

단상, 에세이 2023.05.01

어머니, 꽃, 그리고 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산 중턱에 어머니께서 살고 계신다. 아주 조그만 집이다. 너무 좁아 답답함을 느끼실 공간이다. 벌써 그곳에서 혼자 사시는지가 10년이 넘으셨다. 어머니를 찾아가는 길가엔 갖가지 꽃들이 피고 진다. 이른 봄 할미꽃이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피어나기 시작하면, 곧이어 진달래꽃이 겨우내 얼었던 땅을 녹이기라도 하려는 듯 불길처럼 타오른다. 장마가 물러나면 원추리 꽃이 노랗게 온통 산을 물들이고, 가을이면 해국, 구절초, 용담, 쑥부쟁이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오솔길을 따라 어머니 집을 찾아갈 때면, 나는 계절에 따라 피어난 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허리를 숙이든지 아니면 쪼그리고 앉아서 하염없이 바라본다. ‘넌 누굴 보라고 호젓한 곳에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있느냐? 색깔이..

단상, 에세이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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