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Blue Mountain에서
산에 도착할 시간이 분명히 지났는데……
산은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분명 시드니에서 이 길로 한 시간 반을 달리면 협곡, 폭포,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진 Blue Mountain을 감상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도로 확인했고, 이정표를 보면서 왔기 때문에 길을 이탈했을 리는 만무 하고......
해발 1000m의 산 이라면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아 위용을 과시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보이는 건 오직 나무숲뿐이다.
양쪽으로 나무가 들어찬 도로를 달린다. 가끔씩 전망대가 차창 밖으로 지나친다. 전망대라니?….. 볼 것이라곤 나무숲 밖에 없는 곳에……
어이없어 하며, 한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이게 왼 일인가? 발 아래로 깎아지른 낭떠러지, 멀고 가까이 크고 작은 기암절벽의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참 희한하기도 하다. 산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산을 내려다보고 있다니…..
탄성이 흘러나온다. 마법에 걸린 듯 하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거대한 산이 모습을 꼭꼭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불쑥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미국 서부 그랜드캐니언에서 느꼈던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그 감동이 그대로 밀려온다. 그 거대한 협곡은 거친 사내다운 기상과, 다듬지 않은 야성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 블루 마운틴은 치장한 여인처럼 부드러움에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저기 보이는 거대한 바위에는 조각가들이 공들여 빚어 놓은 양 동물 형상들이 즐비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비와 바람이 만들어 낸 작품들 이리라. 그러고 보면 자연은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며 예술품이 아닐런지.
블루 마운틴에서 단연 압권은 세자매 봉이다.
산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에코 포인트가 있는데, 그곳에서 보면 거대한 세 개의 암벽 봉우리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바로 세자매 봉이다. 아무리 훑어보아도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아니 인체의 한 부분이라도 닮은 곳이 없다 그런데 세자매 봉이라니…. 옛 사람들의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세자매 봉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슬픈 전설이 있다. 안내하는 사람이나 책자에 따라서 조금은 다른데,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왕을 피해 높은 산으로 올라와 살던 아버지와 세 딸이 있었다. 어느 날, 세 자매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마왕이 살고 있는 곳에 접근했다가 마왕의 눈에 띄게 된다. 마왕은 세 자매를 보자마자 흑심을 품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주술사인 아버지는, 세 자매를 지키기 위해 마법의 지팡이로 딸들을 돌로 변하게 만든 후, 자신도 위태로워지자 한 마리의 새로 변신해 도망을 가게 된다. 그러나 실수로 지팡이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세 자매는 아직도 돌로 남아있고, 새로 변신한 아버지는 지팡이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도 이곳 주위를 날아다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