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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정경대(LSE), 그리고 펭귄

두래박 2023. 9.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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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정경대(LSE), 그리고 펭귄

  

런던 정경대 캠퍼스에 펭귄이 산다. 2005년부터다. 몸무게 23킬로그램에 초등학교 저학년만 한 키지만 매끄러운 몸매와 말쑥하게 연미복을 차려입은 것 같은 모습은 영국 신사 저리 가라다.
펭귄은 거리 한 곳에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겨울이면 펭귄이 추울까 봐 학생들은 자신의 목도리를 둘러주고, 모자를 씌워주었으며, 외투를 입혀 주기도 했다.
펭귄은 학교의 상징이자 지역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

어느 날 펭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펭귄이 서 있던 장소에는 부러진 두 다리의 물갈퀴 흔적만 남아있었다.
매일 학교를 오가며 펭귄을 보고 생활했던 학생들의 충격은 컸다. LSE 심장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는 표현까지 했다.
학생들은 펭귄이 서 있던 자리에 " R.I.F(Rest In Peace: 편안한 안식을 취하라)"라는 글을 새기고 명복을 빌었고, 애도하는 글들을 펭귄이 서 있던 뒤 벽에다가 빼곡히 붙여놓았다. 희생을 아파하며 꽃다발을 겹겹이 쌓아놓았고, 촛불을 꺼지지 않게 밝혔다.

펭귄이 살아있을 거라는 한줄기 희망을 가지고 무사귀환을 비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이 태산 같았다. 두 다리의 물갈퀴가 부러졌으니 수영을 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먹이 사냥도 할 수 없을 텐데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많은 학생들은 펭귄이 좋아하는 정어리 통조림을 가져다 수북이 쌓아놓았다. 그것도 원 터치 캔이었다. 펭귄이 돌아와 허기진 배를 채우려 할 때, 쉽게 따서 먹을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다.

추모와 간절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이 식을 줄 모르는 채 계속되었다. 그러나 한번 사라진 펭귄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일 개월, 이 개월, 삼 개월이 지나고 사 개월이 지났지만 오리무중이었다. 그동안 학교 경비들과 많은 경찰이 동원되어 펭귄을 찾으려 백방으로 애썼으나 헛수고였다. 끝내는 페이스 북까지 동원하여 펭귄을 찾는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이런 학생들의 애절한 사연을 캐나다에 살고 있는 LSE 졸업생인 루이스 오데트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욜란다 반더가스트라는 조각가(펭귄을 조각한 사람)에게 다시 새로운 펭귄을 만들어줄 것을 의뢰했다.
얼마 후에 새로운 펭귄이 LSE에 들어오게 되었다. 새 펭귄은 누구도 납치하지 못하도록 땅을 깊숙이 파고 견고하게 기초 작업을 해서 세웠으며 무게가 많이 나가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새 펭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에 있던 것으로 받아들였다. 어떤 학생들은 펭귄이 고기를 잡으러 잠시 자리를 떴던 거라 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잠시 볼 일이 있어 집을 나갔다 돌아온 것으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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